이진호 기자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KBS가 기획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가 방송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국 평균 시청률 15.7%, 분당 최고 18.2%.
같은 시기 방송된 ‘쎄시봉 더 라스트 콘서트’(3.8%), ‘임영웅 리사이틀’(6.2%)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 공연은 지난달 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실황을 편집한 방송본이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웃고 울었던 밤—그 무대는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한 세대의 기억을 꺼내어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국민적 행사’였다.
조용필을 모시기 위한 방송 3사의 경쟁은 치열했다.
특히 SBS는 ‘꼬꼬무’를 통해 20년 만에 ‘평양 공연 비화’를 공개하며 강한 구애를 보냈다.
그럼에도 조용필은 KBS를 선택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조용필의 진심이었다.
올해 75세. “이제 내 목소리도 세월을 피할 수 없다”며 “지금이 아니면 더는 여러분을 제대로 뵙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노래를 선물하고 싶었던 그의 의지가 KBS를 향하게 했다.
둘째, 제작진의 10년의 기다림이었다.
KBS 예능센터 한경천 센터장은 “1997년 ‘빅쇼’ 막내 조연출 시절,
‘언젠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겠다’던 약속이 27년 만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열 번의 문을 두드린 끝에, 마침내 하늘이 열린 순간이었다.

제작진이 가장 놀란 건 두 가지였다. ‘노력’과 ‘태도’.
조용필은 한 달 반 동안 거의 매일같이 KBS홀에 출근했다.
노래 한 소절, 한 박자에도 직접 참여하며
“이번 무대만큼은 내 생애 최고의 공연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왕’이라는 타이틀 뒤에 숨지 않았다.
무대 구조, 조명 각도, 음향 밸런스까지 직접 체크하면서도
항상 스태프들과 함께 협의하고 조율했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제작진의 공통된 평가였다.
특히 기자간담회에 YPC 장호서 음악감독이 직접 참석한 것은 상징적이었다.
조용필의 공연은 단순한 ‘출연’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적 명예를 건 ‘작품’이었다.
조용필은 이번 고척돔 공연을 전석 무료로 진행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돈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고 싶다.”
공연 당시 1만 8천석이 꽉 찼고,
편집본 역시 “버릴 장면이 없었다”며 방송 시간보다 20분 확대 편성됐다.
방송 이후 8일, 다큐멘터리 ‘조용필, 그날의 기록’이 바로 이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의 노래를, 그 진심을 더 많은 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미리 준비된 기획이었다.
조용필은 공연 직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몸이 완벽하진 않아도, 마음은 여전히 청춘입니다.”
한 달 반의 연습과 관리 끝에 전문가들도 “최근 들어 가장 좋은 컨디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의 노래는 늙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진심도, 단 한 줄의 멜로디도 늙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침체된 TV 음악 프로그램들.
그 한계를 단숨에 깨뜨린 게 이번 방송이었다.
15.7%라는 압도적 수치는 단순히 시청률이 아니라,
“국민이 기다린 무대가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답이었다.
KBS 내부에서는 “조용필과 함께 한 그 시간 자체가 방송 인생의 영광”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이번 공연은 ‘시청률 그 이상의 기록’이었다.
75세의 조용필, 그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청춘이었다.
노래는 늙지 않는다.
그리고 진심도 늙지 않는다.
그 이름, 조용필. 그 세 글자만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하나가 된 밤—
그것이 바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였다.